반딧불이 생태공원, 영양 가볼만한 휴가지


반딧불이 생태공원, 영양 가볼만한 휴가지




영양의 거리를 천천히 걸으면서 시간의 흐름 자체가 바깥세상과는 조금 다르게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뭐가 그리 급한지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속도대로 차분하게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훨씬 더 많이 보였거든요. 상점 앞에 멈춰 서서 이웃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을 보면서 이 동네만의 여유로운 생활 방식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조금 더 이동해서 ‘반딧불이 생태공원’ 쪽으로 향하는 길은 숲과 들판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초록빛이 가득했어요.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잔잔한 파도처럼 이어졌는데,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까 복잡했던 생각들이 하나둘씩 가라앉더라고요. 밤이 되면 이곳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굳이 밤이 아니더라도 낮의 고요함만으로도 영양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어요.

영양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선바위와 남이섬’에 갔을 때도 감탄했어요. 거대한 절벽이 강물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어찌나 당당한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자연의 힘이 느껴졌어요. 인공적인 조형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져서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바라봤어요. 근처 ‘분재야생화테마파크R​17;에서 만난 아기자기한 꽃들도 영양의 순수한 이미지와 참 잘 어울리더라고요.

영양에서 먹은 식사도 유난히 기억에 남아요. 영양 하면 역시 산나물이 유명하잖아요? 산채비빔밥 한 그릇을 주문했는데, 상 위에 올라온 나물들 하나하나가 맛이 또렷하고 살아있었어요. 자극적인 양념 맛이 아니라 재료 본연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이 음식이 어느 깊은 산속에서 왔을지 자연스럽게 상상이 가더라고요. 또 영양의 대표 먹거리인 고추를 넣은 음식들도 빼놓을 수 없는데, 과하게 맵기보다 기분 좋게 알싸한 맛이 식욕을 돋워줬어요.

마을 안쪽 ‘두들마을’로 들어가니 오래된 집들과 낮은 담장들이 정겹게 이어졌어요. 이문열 작가님의 생가가 있는 곳이기도 해서 그런지 마을 전체에 은은한 문학적 향기가 배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화려한 장식은 없어도 생활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길을 걷다 보니, 누군가의 삶이 이 길 위에 겹겹이 기록되어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영양에서 보낸 시간은 조용해서 오히려 제 감각들이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지고 생각이 맑아지는 시간이었어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떠올려 봐도 어떤 자극적인 사건보다는 영양이 가진 분위기와 공기가 더 선명하게 떠오르더라고요.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마음 깊은 곳을 살며시 건드리는 영양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 같아요.

이렇게 영양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나니, 그동안 제가 얼마나 많은 소음 속에 파묻혀 살았는지 새삼 깨닫게 됐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던 건 아마 영양의 산과 들판이 주는 묵직한 안정감 덕분이었을 거예요.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길가에 핀 들꽃을 한 번 더 들여다보며, 이곳에서 느낀 느릿한 리듬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바쁜 일상에 치여 마음이 메마를 때면, 언제든 다시 이 고요한 숲길과 따뜻한 나물 밥상을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