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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은 바다와 산이 아주 가까이 맞닿아 있는 도시였어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진 공기부터가 달랐어요. 도시 특유의 답답함보다는 시원하고 맑은 자연의 냄새가 먼저 코끝에 닿았고,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규모가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주변 환경과 자연이 생활 가까이에 있다는 인상이 강했어요.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삼척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죽서루였어요. 죽서루는 강을 내려다보는 높은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고, 주변 풍경과 인위적인 어색함 없이 잘 어울려 있었어요. 누각에 올라서자 아래로 흐르는 강물과 멀리 이어진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누각이 숨 쉬는 것 같았고, 잠시 서 있기만 해도 머릿속이 차분하게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다음 행선지는 맹방해변이었어요. 삼척의 바다는 화려하게 꾸며진 느낌보다는 담백하고 솔직한 모습이었어요. 모래사장은 넓고 고왔고, 발에 닿는 촉감이 부드러웠어요. 파도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밀려왔고, 해변을 걷는 동안 파도 소리가 더 크게 들렸어요. 한참을 걷다가 신발을 벗고 모래 위에 서 있었는데,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유난히 또렷하게 느껴졌어요.
삼척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또 하나의 랜드마크는 동굴이었어요. 환선굴과 대금굴은 입구부터 규모가 달라 보였어요.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온도가 확 내려가면서 공기가 완전히 바뀌는 게 느껴졌어요. 천장에서 길게 이어진 종유석과 바닥에서 솟아오른 석순은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웅장했고,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낸 공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내부에서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소리가 동굴 전체를 채우며 묘한 정적을 만들고 있었어요.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공간이라는 점이 더 강하게 느껴졌어요.
많이 걷고 나니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졌어요. 삼척의 대표 먹거리를 찾았고, 가장 먼저 곰치국을 먹었어요. 처음 상에 나왔을 때는 비주얼이 낯설어서 잠시 망설여졌지만, 국물을 한 숟갈 먹는 순간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비린 맛은 전혀 없었고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어요. 동굴을 다녀온 뒤라 몸이 조금 쌀쌀했는데, 곰치국을 먹으니 속부터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곰치 살은 부드러웠고 국물과 잘 어우러져 부담 없이 먹기 좋았어요. 왜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음식인지 바로 이해가 됐어요.
이어서 먹은 물곰탕도 인상적이었어요. 맑은 국물에 해산물의 맛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고, 자극적인 양념 없이 재료의 맛이 중심이 된 음식이었어요. 한 숟갈씩 먹을수록 속이 편안해졌고, 여행 중 쌓였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삼척의 음식은 화려함이나 강한 자극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이 분명했어요.
삼척에서의 시간은 특별한 계획 없이 움직였지만 충분했고, 오히려 그 점이 더 좋았어요. 삼척은 조용히 머물며 자연과 함께 쉬고 싶을 때 다시 찾고 싶은 도시였어요. 천천히 몸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으로 기억에 남았어요.